뮤지컬 <위대한 피츠제럴드>

천천히 그리고 같이
<위대한 피츠제럴드> 함유진 작가, 김지현 작곡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의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뽑힌 뮤지컬 <위대한 피츠제럴드>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또 그만큼 미워했던 부부를 통해 예술가 부부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을 보여준다. 동갑내기인 함유진 작가와 김지현 작곡가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작품을 개발해왔다. 함께여서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우연한 인연에서 창작 파트너로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뽑힐 걸 예상했나?

함유진 비슷한 소재나 느낌의 작품이 없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작품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어서 확신은 없었다. 
김지현 다른 작품에 비해 소재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꽤 후한 평가인데?) 오래 작업한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언제부터 작품을 구상했나?
함유진 재학 시절 후배와 쇼케이스를 준비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후로 마땅한 기회가 없어서 진전이 없다가 2018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과정의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하나 완성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소재를 찾고 작품을 만들려니 시간이 너무 없었다. 소재 찾는 일도 만만찮았고. 차라리 오랫동안 고민하던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행히 전에 작업했던 후배가 허락해줘서 캐릭터와 소재만 갖고 새롭게 대본을 썼다.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나?
함유진 심사 중에 제비뽑기로 작가랑 작곡가를 매칭해 곡을 하나 완성하는 게 있었다. 그때 처음 작곡가를 만났다. 둘 다 너무 바빠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서로 잘 맞아서 작업을 빨리 마무리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둘 다 합격했다. 같은 기수에 작곡가가 6명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김지현 작곡가와 매칭됐다. 그때부터 함께 <위대한 피츠제럴드> 만들었다.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김지현 대본이 술술 잘 읽혔다. 막연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방향도 보였다.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단지 처음부터 완성된 대본이 있으니까 좀 부담됐다. 재즈를 써야 하는 것도 걱정이었다. 여태 정통 클래식을 공부했는데 재즈라니. 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곡을 쓸 자신은 없었다. 서로 이야기하고 조사하면서도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계속 있었다. 
함유진 작곡가가 전공 분야가 아닌 음악을 쓴다는 것에 많이 부담스러워했다. 나 역시 오랜만에 소재를 끄집어낸 것이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선 작품을 완성해야 하니까 시간이 없다는 말로 설득했다. (웃음)

 

 

새로운 기회,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함유진 사라져 가는 작품을 부활시키기 위해. (웃음) 3년 가까이 작품을 개발하면서 공연을 올리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잘 안 됐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하던 차에 아는 지인이 이런 공모전이 있다고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대한 만족도는?
김지현 우리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멘토링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멘토를 우선으로 매칭해줘서 좋았다. 박소영 연출님과 민찬홍 작곡가님이 우리 멘토였다. 딱 필요한 시기에 딱 맞는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작품 개발에 도움이 됐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참여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게 오프닝이다.
함유진
 오프닝만 따로 떼서 보면 내가 봐도 괜찮다. 음악도 좋고. 그런데 젤다의 성격이 확 드러나지 않으니까 뒤로 갈수록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지더라. 글로컬에 참여하기 전부터 오프닝을 바꿀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이번에 박소영 연출님과 멘토링을 하면서 바꾸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은 있는데 쓰기 쉽지 않더라. 나한테도 오프닝이 2년 동안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그걸 깨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오프닝만 한 달 동안 수정했다. 수정하는데 ‘내가 왜 이걸 안 해봤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이 수정해야겠지만, 적어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은 알게 됐다.

 

오프닝이 바뀌면서 곡 작업도 다시 해야 했을 텐데. 
김지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참여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젤다가 어떤 여자인가’ 하는 것이었다. 달라진 오프닝에서는 적어도 젤다가 어떤 여자인지를 보여주게 된 것 같다.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말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확 달라졌더라. (웃음) 근데 막상 노래를 새로 만들려니 앞이 캄캄했다. 원래 대본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찌어찌 테마를 찾고 곡을 썼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완성도로 치면 약 50% 정도? 쇼케이스 때까지는 완성해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보니 리서치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함유진
 처음에는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다 찾아봤다. 그런데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의견이 너무 분분해서 완벽하게 고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실제 사건은 사실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캐릭터에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실존 인물을 그대로 표현하려니 드라마가 안 만들어지고 캐릭터의 매력도 잘 안 살았다. 대신 배경 조사는 많이 했다. 배경이 1920년대 미국이다. 나는 미국인도 아니고 그 시대를 살아 본 사람이 아니니까 어설프게 만들면 가발을 쓴 한국인 느낌이 날까 봐 걱정됐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재즈를 사용했다.
김지현 재즈 공부를 많이 했다. 재즈는 정해진 길이 없어서 재미있는 음악이지만,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뮤지컬에 바로 적용하긴 어려웠다. 뮤지컬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조가 있어야 했다. 재즈를 어떻게 정형화하고 구조를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1920년대 음악을 계속 듣다 보니까 뚜렷한 박자와 리듬 패턴이 있더라. 재즈를 그대로 뮤지컬로 옮기기보다 그런 박자와 리듬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말을 이렇게 하고 있지만 재즈 스타일의 곡은 몇 곳 나오지 않아서 부끄럽다. (웃음)

 

함께 천천히
몇 년 동안 한 작품을 개발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뭐였나.

함유진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작곡가 때문에 포기를 못 했다. (웃음) 나 혼자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없으니까. 무엇보다 작곡가와 인간적으로, 또 같은 창작자로서 잘 통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도 잘 맞았고. 게다가 지금까지 여러 일을 함께 겪으면서 전우애 같은 것도 생겼다. 아마 혼자였으면 벌써 접었을 거다.

김지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느리지만 발전하는 게 보이니까 뭔가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에 투자한 시간만큼 애정과 책임감이 늘어나니까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작가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다. 작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쇼케이스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함유진 중간 심사 때 가장 뇌리가 박힌 말이 ‘진짜 스파크가 튀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매력적인 한순간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 중이다.

김지현 우선 곡을 완성해야 한다. 중간 평가에 맞춰 겨우 곡을 쓰느라 아쉬운 게 많다. 차분히 앉아서 곡을 잘 써야 할 것 같다.

 

쇼케이스를 앞두고 한마디
김지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긴 시간을 왔다.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우리의 긴 여정에서 이번 쇼케이스가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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