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악마의 변호사>

<악마의 변호사>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0년 7월 22일(수) 16시~18시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3층 I-Space 
연출: 오루피나 
출연: 김종구(데이빗 해리스), 주민진(박재이), 권동호(남자 다), 김은주(여자 다)
참관: 이지혜 작곡가, 이진욱 작곡가, 강병원 라이브㈜ 대표, 박병성 더뮤지컬 국장

 

 

<악마의 변호사> 테이블 리딩은 가급적 캐릭터에 감정 이입해서 리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딩 과정 중 ‘다 시시해’와 ‘이 밤, 이 파티’ 두 곡을 들으면서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를 느꼈다. 테이블 리딩 대본은 처음 제출한 대본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외국 배경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바뀐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악당의 목적 모호
배우1: 재이가 최후 변론하는 부분이 중요한데 위기가 약하고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부패한 권력자들을 변호해주고 약점을 잡아 괴롭히던 데이빗과 재이가 갑자기 파멸로 이른다. 정치인의 죽음으로 이들의 사업이 끝난다. 무언가 더 센 갈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데이빗이라는 인물이 지금보다는 더 멋있으면 좋겠다. 

 

배우2: 데이빗이 매력적인 역할인 것 같다. 그러나 정의의 사도인지, 한탕 제대로 사기를 치려는 인물인지 명확하지 않다. 주연 외에는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중에 중요한 조역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비슷비슷한 비중의 멀티만 하다 보면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 재이의 변호사 동료 역할을 좀 더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한국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불특정한 배경이 되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이 배경이다 보니 현실과 밀접해서 화만 날 뿐, 주인공 편이 되지 않는다. 악마를 변호하는 이들을 지지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배우3: 재이랑 데이빗에게 공감하게 하고 싶은지, 아니면 그들을 통해 통쾌함을 주고 싶은지 명확했으면 좋겠다. 극 초반에 데이빗의 생각을 감추는 게 더 흥미를 유발할 것 같다. 데이빗의 생각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주변인이 바라보는 데이빗을 보여주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거다. 반면 재이의 과거는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초반에는 재이를 따라가다가 후반부에는 데이빗에게 넘어가는 구성이면 어떨까. 또 중간에 방화범의 말을 데이빗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방화범이 당황할 정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고, 데이빗의 능력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이다 보니 법정 장면은 넘버로 만들어도 좋겠다. 법정극이고 작품 규모가 크지 않으니까 정의로운 공간과 추악한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우4: 제목이 ‘악마의 변호사’잖나. 그런데 재이가 악마인지 데이빗이 악마인지 모르겠다. 누가 악마인지 정확히 선택해야 한다. 만약 데이빗이 악마이고 재이가 자극을 받고 점점 닮아가는 구조라면 흥미로울 것 같다. 현재는 반전이 가장 큰 매력이다. 두 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작품인데, 이런 작품에서 힘을 줄 수 있는 건 인물 변화밖에 없다. 그 점을 좀 더 치밀하게 구성했으면 좋겠다. 

 

배우1: 악마의 변호사인데 악마가 없는 것 같다. 등장인물 중 방화범이 악마 같은 인물뿐 나머지 인물들이 약하다. 멀티 역할을 활용할 때 멀티에게 악마 같은 역할을 주면 보완될 수 있을 것 같다.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데이빗이 재이에게 수임료로 30억 원을 주겠다고 한다. 악당을 변호해서 30억 원을 뜯어내는 장면이 참 좋았다.

 

 

다음 시즌이 궁금
참관1: 한 달 정도 걸려서 썼다고 들었다. 디테일이 많이 채워지지 않았지만 기본 틀을 세웠다는 점에 축하드린다. 미국 이야기라고 생각이 드는 게 법정 제도, 배심원 제도는 한국의 느낌이 안 든다. 굳이 우리 법 제도를 구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예 미국이나 불특정의 나라로 설정하면 어떨까. 재이는 꼭 남자일 필요가 있을까. 남녀로 가는 작품은 흔치 않으니까 흥미로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나오면 적어도 6명 이상은 나와야 한다. 

 

참관2: 뮤지컬에서도 넷플릭스처럼 시즌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이 끝났는데 다음 시즌이 궁금했다. 지금의 대본이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강점일 수 있다. 가벼움을 유지한 채 유쾌하게 풀면 좋을 것 같다. 작곡가님이 감정에 호소하지 않은 음악을 쓰겠다고 했지만 드럼 비트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대본이 잘 읽혔다.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넘어갈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된다.

 

참관3: 팝콘무비 스타일의 뮤지컬이 나올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볍지 않나 싶었다. 비슷한 사건이 나열되니까 흥미가 떨어진다. 악인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망을 잘 빠져나간다. 변론하는 동안에 얻은 악인들의 정보로 악인을 벌하는 게 있어야 통쾌하고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참관4: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방화범이나 정치인이 너무 무력하다. 대결 구도에서 오는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힘이 있어서 이야기만 따라가는 데도 재미가 있다. 갈등에서 오는 재미가 추가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가짜 사촌을 내세워서 변호하는 장면도 저렇게 허술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좀 더 디테일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

 

참관5: 남자 두 명이 주인공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연출적으로 장면 전환이 난관이다. 조연 캐릭터를 활용해서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써주지 않으면 실제 구현이 어려워진다. 조연을 탄탄하게 만들어 그 점을 해결할 수 있다. 공간 설정이 중요하다. 같은 법정 장면이라도 그 공간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소신 있는 검사 재이가 왜 데이빗에게 왜 넘어가는지 설명하는 중요한 내적 갈등이 필요하다. 이 작품에서 데이빗은 꼭대기에 있던 사람이다. 그곳에 있고자 했던 박재이 검사가 추락했다가 다시 그 위치에 오르는 구조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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