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악마의 변호사>

뮤지컬 <악마의 변호사> 2차 극작 멘토링
일정: 2020년 9월 11일(금) 15시~17시
장소: 대학로 카페
멘토: 오루피나 연출가
멘티: 민미정 작가, 김효은 작곡가 

 

오루피나 연출가는 전반적으로 조연 캐릭터가 보완되면서 구성적인 문제를 많이 보완했다고 평했다. 캐릭터의 대사가 그 인물이 할 것 같지 않은 대사들이 있는데 이제는 캐릭터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멘토링은 대본을 차례대로 넘기며 구체적인 장면과 인물을 살피면서 진행됐다.  

 

캐릭터의 밸런스를 고민해주면 좋겠다. 데이빗이 처음부터 사기꾼으로 보이면 안 되는데 이미 복선이 깔려 있다. 파티 장면에 나오는 넘버3에서 데이빗은 완전히 다른 그룹으로 두고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어떨까. 데이빗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위해서는 본인이 말하는 것보다 주변 캐릭터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재판이 끝나고 데이빗이 재이에게 접근하는 장면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데이빗이 “듣보잡 변호사”라는 말을 하는데 데이빗의 캐릭터상 ‘듣보잡’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캐릭터에 맞도록 언어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재이와 데이빗의 대사 중에 없어도 되는 것들이 있다. 불필요한 대사는 캐릭터를 약화시킨다. 작품 제목이 '악마의 변호사'인데 그런 행위에 대해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때는 의도적으로 '악마'라는 단어를 써주는 것도 좋다. 

 

데이빗이 사기를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협심, 복수심. 악마를 내가 처단하겠다는 마음, 유희로까지 확장되는 복수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이빗이라면 좀 더 멋지게 벌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 되라고 ‘쑥과 마늘’을 먹이는 것은 너무 단순한 발상이다. 의뢰인들은 질이 나쁜 범죄자들이다. 육체적인 폭력보다 정신적인 폭력이 더 견디기 힘들다. 소름 돋을 정도로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6장에서는 데이빗이 헤드셋 게임에 몰두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기꾼 변호사이니 차라리 골프 연습을 하면 어떨까. 허름한 창고 같은 사무실을 얻어서 골프 연습을 하는 상상을 해봤다. 데이빗은 어설픈 사기꾼이 아니라 진짜 사기꾼이니까 불필요하게 자신을 과시하는 인물이 아니다. 허름한 건물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에서 오히려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느껴질 수 있다. 

 

재이가 데이빗의 사무실에 처음 방문한 장면에서 둘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재이가 자꾸 물러선다. 두 인물의 기 싸움이 굉장히 중요하다. 주고받는 대화가 물고 물리는 대사였으면 좋겠다. 또 재이의 동료인 나 검사가 중간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정도 비중이 있는 인물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돈벼락 관련 노래는 가사가 불명확하다. 재이가 신념을 가진 검사였는데 중요하게 생각한 걸 포기하고 얻은 게 돈벼락이다. 지금의 가사는 재이의 고민을 하찮게 만든다. 이 작품 전체에서 가장 타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인생관을 바꿀 만한 타락한 가사가 나와야 한다. 

 

한 사람이 말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잘 안 보인다. 장면의 목적, 이 장면에서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정리해서 살피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장면의 목적을 두 개로 정리해라. 하나는 메인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서브 라인의 목적. 장면의 목적이 명확히 정리가 되어야 한다. 

 

대사에 너무 착한 말이 많다. 재이의 생각이 달라짐에 따라 말투도 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쓰려고 했을 때의 이유와 목적을 놓쳐서는 안 된다. 

 

 

뮤지컬 <악마의 변호사> 2차 작곡 멘토링
일정: 10월 8일 오후 4시~5시 30분
장소: 라이브㈜ 사무실
멘토: 이지혜 작곡가
멘티: 민미정 작가, 김효은 작곡가 

 

<악마의 변호사> 김효은 작곡가는 음악 6곡을 만들어와 멘토링을 받았다. 이지혜 멘토는 “작품 음악 색깔은 나왔다. 아직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싶은 곡이 있지만 전체 톤은 잘 잡았다”고 평했다. 

 

드라마 <비밀의 숲2>도 그렇지만 지금의 관객들은 법정 드라마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선이 있다. 작품의 디테일이 그것을 만족시킬 수 없으면 아예 우화적으로 접근해서 이들을 실제 인물이 아닌 상징적인 인물로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직은 현실적인 요소가 많다. 세세하게 검증해서 법정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수월치 않다. 만화적인 느낌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들고 음악이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섯 곡을 받았는데 여기에 좋은 테마들이 많았다. 1번 넘버 ‘다 시시해’ 노래에 나온 왼손 속주로 연주하는 부분이 좋았다. 이 부분은 악의 욕망의 테마로 여러 군데 나와도 좋을 것 같다. 

 

2번 넘버 재이를 소개하는 노래는 너무 진지한 발라드이다. 반전이 있는 드라마의 구조를 생각했을 때 이렇게 앞부분은 너무 빠르다. 20번 노래 ‘최후 변론’ 자리쯤에 나와서 반전을 주기에 좋은 곡이다. 처음부터 진실한 노래가 나와 버리면 이 극이 나이브해 보인다. 

 

넘버5 '상상 그 이상'은 너무 좋다. 재판 장면이 나올 때마다 여러 번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느낌이 있어서 여러 장면에 효율적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넘버6 ‘내 손을 잡아’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쿨한 데이빗의 캐릭터를 잘 담아낸 곡이다. 이 노래가 딱 데이빗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재이라는 인물이 누구일지 잘 보이지 않는다. 재이의 속마음은 2번 넘버겠지만 외형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 검사의 캐릭터 역시 모호하다. 

 

4번 곡은 2번 노래의 짧은 리프라이즈로 호기심을 준다. 그런데 이렇게 쓰기보다는 이런 짧은 테마들을 모아서 기악 오프닝을 만들면 어떨까. 더 영화적이고 만화적인 작품 톤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1번 노래는 오프닝으로 적당하지 않다. 지금보다 더 흥미로운 오프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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