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리 셸리>

뮤지컬 <메리 셸리> 극작 멘토링
일시: 2020년 9월 15일(화) 17시~19시
장소: 라이브㈜ 사무실
멘토: 추정화 연출가
멘티: 김지식 작가, 권승연 작곡가

 

뮤지컬 <메리 셸리>는 익명으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출판했던 메리 셸리가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소설 속 이름 없는 괴물을 등장시켜 긴장감과 환상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 리딩과 1차 멘토링을 마친 후 전체적으로 대본을 수정했다. 시인 바이런의 별장에서 곧바로 시작되었던 이전 대본과 달리 오프닝에 메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퍼시 셸리와의 관계 설명을 배치해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메리와 퍼시 부부는 애정과 신뢰 관계가 더욱 부각되었다. 극 후반에서야 정체를 밝혔던 이름 없는 괴물은 등장부터 정체를 밝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메리의 이복동생 클레어와 바이런의 비중을 줄이고 두 사람의 관객을 담백하게 그렸다. 

 

 

<메리 셸리> 2차 극작 멘토링은 변경된 부분을 점검하고, 작가가 대본을 쓰기 어려웠던 부분을 함께 고민했다. 퍼시 캐릭터가 선명해진 것은 긍정적이다. 메리를 사랑하지만 같은 작가로서 자격지심을 느끼는 인물로 잘 표현되었다. 그러나 중 후반부에 메리와의 갈등이 격화되는 지점에서 퍼시가 입은 정신적 타격을 더 극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메리가 퍼시를 위해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현재 대본에서는 메리가 퍼시에게 매달리는 느낌이어서 극에서 구축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고 선택의 명분도 미미하다.

 

메리와 퍼시의 감정이 치닫고 메리가 절필을 선언한 후 바로 다음 장면에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이 이어진다. 대본에는 두 장면 사이에 ‘시간이 꽤 흘렀다’라는 지문이 있다.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시간이 흘렀음을 표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는 극 초반 퍼시가 메리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지켜주겠다고 고백한 넘버를 메리가 리프라이즈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둘의 갈등을 해소하고, 넘버를 부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장면을 전환해 시간과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

 

이름 없는 괴물을 메리가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하다. 더군다나 괴물은 비현실적인 존재다. 그런 괴물을 메리가 받아들이는 타당한 ‘과정’이 있어야 설득력이 생긴다. 짧은 대사나 장면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괴물이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점을 활용해 메리가 괴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사실적인 개연성을 강조하기보다 음악이나 연출로 환상적인 장면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오프닝에 그림자극을 활용하거나 엔딩에 영상 자막을 넣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한 장면씩 떼어놓고 보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극 전체와 어울리냐는 것이다. 장면을 구성할 때 먼저 극의 톤앤매너에 부합하는지, 또 극 안에서 어떤 상징과 역할을 갖는지 고민해야 한다. 

 

 

뮤지컬 <메리 셸리> 2차 작곡 멘토링
일정: 10월 1일(목) 11시~13시
장소: 라이브㈜ 사무실
멘토: 허수현 작곡가
멘티: 김지식 작가, 권승연 작곡가

 

<메리 셸리>의 음악 멘토링은 창작진이 완성된 10곡을 순차적으로 설명한 후, 허수현 작곡가가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음악 멘토링에 앞서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메리 셸리 재단과의 저작권 정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실제 허수현 작곡가가 참여했던 <아가사>의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굉장히 애를 먹어야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지금은 한국 뮤지컬이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를 사전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품의 성격상 클래식으로 풀 수밖에 없었을 텐데, 화성을 잘 사용했다. 뮤지컬 음악을 작곡할 때 작품의 느낌을 대표하는 첫 곡이 나와야 한다. 다양한 인물들의 넘버를 들어봤는데 인물이 바뀌었는데 노래의 느낌이 거의 비슷했다. 괴물의 노래는 좀 더 괴물스러웠으면 좋겠다. 현재는 리듬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서 메리의 노래와 괴물의 노래를 연이어 들었는데 괴물이 처음 등장하는 노래에 괴물의 성격이 보이지 않았다. 메리의 노래와 비교해도 선율은 바뀌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물이 지닌 성격이 리듬으로 더 나왔으면 좋겠다. 모든 인물이 다 고음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괴물은 중저음으로 던지듯한 느낌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음역대를 많이 쓰느냐가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지금 들려준 곡들은 모든 곡들이 대곡, 아리아라는 인상을 받는다. 곡 구성에서도 리듬이 있어야 관객들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7~8분짜리 대곡도 있어야 하지만 레치타티보로 진행되는 짧은 곡들도 필요하다. 지금은 곡들이 3~4분 정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자 노래는 A, 여자 노래는 E까지 올라가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노래이다. 중소극장 작품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정도의 성악 발성을 하는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요즘같이 멀티 캐스트로 진행하는 경우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몇몇 곡의 가사는 드라마의 변화가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작곡가의 입장에서 곡을 쓰기가 힘들다. 곡에 변화를 줄 때는 드라마적으로 변화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뮤지컬에서는 가사의 전달이 중요하다. 넘버 ‘고뇌’에서 “이름 없는 괴물, 내게 말했지” 같은 부분을 예로 들자면 가사를 리듬 안에 가두어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잘못하다가는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 때로는 가사를 다 살리기보다는 음악의 느낌을 살려서 변화를 주어도 된다. 

 

관객들에게 선택받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대본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 그 몇 장면만 있어도 그 작품은 생명력이 있다. 작품만의 특색, 매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허수현 작곡가는 “관객 취향에 답은 없다”면서 “앞에서 내가 조언한 것은 기본적이다. 그러니 꼭 참고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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