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피츠제럴드>

<위대한 피츠제럴드>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0년 7월 21일(수) 10시 30분~12시 30분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3층 I-Space
연출: 박소영
출연: 안재영(스콧 피츠제럴드), 최연우(젤다 피츠제럴드), 이다정(셰일러 그레이엄), 정순원(헤밍웨이 외), 김영오(로랑 외), 허순미(이브 외), 구다빈(세인트 외)
참관: 더뮤지컬 박병성 국장, 강병원 라이브㈜ 대표

 

 

뮤지컬 <위대한 피츠제럴드>는 미국의 재즈 시대를 풍미했던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함유진 작가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한 피츠제럴드 부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달랐던 두 인물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작곡가는 극의 배경인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재즈 장르를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위대한 피츠제럴드> 테이블 리딩 대본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에 제출한 첫 대본과 달리 젤다를 추종하는 이브, 세인트, 로랑이라는 인물을 추가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다소 분량이 길었던 장면을 분할하고, 각 장면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본격적인 테이블 리딩에 앞서 극 초반 두 넘버 ‘Overture 기억나지 않아’와 ‘재즈의 시대’를 들으며 작품의 음악 스타일을 공유했다. 이번 테이블 리딩에 참여한 배우들은 이전 리딩 공연에도 참여한 적이 있어서 과거 대본과 비교하며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호불호
배우1: 예전 대본과 비교해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정리되었다. 새로운 인물 셋(이하 트리오)이 추가되면서 극 안에 재미 요소가 늘어난 거 같아서 좋다. 그런데 극 후반 젤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장면에서 트리오가 등장하는 것은 좀 아쉬웠다. 그 장면은 젤다의 깊고 진실한 내면을 드러내야 하는데 트리오의 등장으로 가볍게 휘발된 느낌이다. 

 

배우2: 정신병원 장면은 이전이 더 나았다. 이전 대본에서는 젤다의 어둡고 히스테릭한 성격이 잘 부각되었는데, 이번에는 트리오의 등장으로 갑자기 극의 분위기가 밝게 바뀌더라. 긴장이 풀리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지만 젤다라는 인물이 잘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트리오라는 새로운 인물들은 흥미롭다.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면 극에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3: 스토리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 창작자의 고민이 느껴졌다. 트리오의 활용은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트리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돼’ ‘나는 그냥 나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젤다가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많아서 젤다의 독창성이 희석되는 것 같았다. 

 

배우4: 동감이다. 트리오가 등장하면서 젤다가 수동적으로 변했다. 젤다가 트리오의 말에 동요하고, 영향을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젤다가 좀 더 본인의 말을 하면서 극을 진행시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트리오처럼 분위기를 환기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젤다와 트리오의 관계를 더 고민했으면 한다.

 

 

인물들의 모호한 역할
배우5: 주인공에게 공감이 안 된다. 스콧은 꿈을 위해 도전했다고 느껴지지도 않고, 젤다는 자꾸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떼만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젤다가 정신병원에 갔을 때 불쌍하거나 마음이 아프지 않다. 젤다가 정신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더 명확해지면 어떨까. 사회적인 억압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 더 표현되면 좋을 것 같다. 스콧이 꿈을 이루는 과정도 좀 더 기승전결이 느껴지도록 다뤘으면 좋겠다.

 

배우7: 나도 젤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예술가라기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 같다. 젤다의 예술가적 기질이 당시 사회 분위기나 타인과 어떻게 충돌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 젤다가 이기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녀의 불행에 마음이 쓰였으면 좋겠다. 

 

배우6: 스콧을 돕는 유명 칼럼니스트 세일러의 동기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극 후반에 셰일러가 스콧에게 ‘젤다같이 재능 있는 여자를 놔두고 당신을 도왔어’라고 말을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스콧을 돕는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작가로서 너무 존경하기 때문인지 모호하다. 극 중 셰일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셰일러의 부정확한 행동이나 감정은 결국 극이나 인물을 모호하게 한다.  

 

배우7: 이전 대본에서는 사건만 나열했지만, 지금은 소설과 현실을 이분할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넣어서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장면 구성에서만 신경 쓴 탓인지 인물 관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져 버렸다. 특히 스콧과 젤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망가지게 됐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직접적인 말이 아닌 극적 아이디어로 풀어내는 시도는 매우 환영한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더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을 결정하라
배우3: 누가 주인공인지 정해야 한다. 결국 젤다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엔 지금 대본에는 스콧의 역할이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 작품을 처음 읽는 거라면 젤다와 스콧 중 누구를 따라 이야기를 바라봐야 할지 헷갈릴 것 같다.

 

참관인1: 젤다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스콧이 너무 비중이 크고 젤다의 고민이나 마음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극 초반에는 부부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데, 실화를 축약해서 설명하는 것 같다. 이야기나 인물들이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지금은 이야기도, 인물도 너무 착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의 갈등이나 충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배우7: 젤다와 스콧이 ‘위대한 개츠비’를 함께 완성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 장면을 더 확장해 보는 건 어떨까. 스콧이 젤다에게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줄 수 있고, 이후에 젤다 없이 글을 쓸 수 없는 스콧도 설명이 가능하다. 또 아이디어가 있는 젤다와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 스콧이 서로 대립할 여지도 생길 거다.

 

참관인2: 주인공이 꼭 착하고 영웅적일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은 모순적이니까 그런 점을 더 부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모순적인 면이 젤다가 신경쇠약에 걸리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대본에서 스콧은 젤다를 위해 많이 희생된 느낌이다. 스콧에게도 행동하는 정당한 이유를 부여해 주면 젤다나 스콧이 더 잘 살아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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