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치>

<미치>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0년 7월 22일(수) 10시 30분~12시 30분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3층 I-Space
연출: 오루피나 
출연: 장은아(미치), 문성일(트레져), 박시원(아스뎀), 한보라(다이애나), 백시호(카이사르), 김민수(휴고), 김지훈(선장 외), 김민정(렌 외)
참관: 김은영 음악감독, 이진욱 작곡가, 강병원 라이브㈜ 대표, 박병성 더뮤지컬 국장

 

 

<미치>의 테이블 리딩 대본은 심사 제출 대본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극중극으로 전환한 것이다. 작품은 미치가 사라진 지 10여 년 후 트레져가 펍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또 왕인 조지 1세가 등장하지 않고, 수상 아스뎀이 음모를 꾸며 이미 나라를 지배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혁명을 일으키려는 시민들의 행동이 전보다 약해지고 대신 미치의 비중이 커졌다. 그리고 붉은 루비(인장)가 사라진 상황에서 아스뎀이 이를 찾으려 한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모호한 사건과 인물
배우1: 극 중간에 친구들을 협박하는 거 외에는 아스뎀에게 악역이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중간중간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고 음모를 꾸미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음악은 펼쳐놓은 느낌이었다. 조금 규모를 줄이고 디테일을 잡으면 좋겠다. 

 

배우2: 처음 대본 읽었을 때 드라마 ‘눈이 부시게’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떠올랐다. 트레저에게서 ‘디어 마이 프렌즈’의 고현정 씨 캐릭터 분위기를 느꼈다. 이런 소재가 공연으로 참 좋은 것 같다. 극에 강력한 사건이 부족한 것은 아쉬웠다. 또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인물들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트레져는 미치의 글을 써주겠다고 했을 때와 아스뎀의 의뢰를 받았을 때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한편 판타지 요소는 흥미로웠다. 무대화되었을 때 어떤 판타지로 구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배우3: 존 1세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인장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혁명군이 어떤 목적을 갖고 혁명을 하려는지 모호하다. 아스뎀이 군사 기지나 제철소를 만들면 일자리도 생겨서 어떤 면에서는 더 나아질 것 같은데 왜 반대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배우4: 오프닝 넘버의 반도네온 소리에서 북유럽 바이킹족의 거친 바다 마을이 상상되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안타고니스트인 아스뎀이 악역을 하기에는 그의 욕망이 덜 보였다. 그래서 주인공의 목적이나 행동을 끌어내지지 못했다. 안타고니스트가 주인공의 행동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사건으로 이야기의 굴곡이 생겨야 했는데 그런 점도 부족했다. 붉은 루비가 중요한 오브제인데도 중후반쯤에 등장한다. 좀 더 앞에 등장해서 사건에 기여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트레져가 갑자기 미치를 배신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고, 다시 미치에게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배우5: 음악을 듣고 배경을 상상할 때 무대에서 구현되면 예쁠 거 같았다. 극중극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밖에 있는 극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왜 시작을 극중극으로 할 수밖에 없는지, 극 밖의 이야기가 추가되면 이러한 형식이 효과적으로 보였을 것 같다.

 

배우6: 처음에는 어려웠다. 2, 3번 읽으니까 이해가 되면서 재밌었다. 처음에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은 캐릭터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극중극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10년 후 다시 극으로 돌아오는데 그러한 형식도 헷갈렸다. 전체적으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재미를 찾기 어려웠다.

 

 

소재에 대한 재미
배우7: 소재 자체는 자극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데 긴장감이 없다. 혁명가들이 정박료가 비싸서 배가 못 들어온다는 이유로 왕을 살해하려 한다는 게 동기부여가 약했다. 붉은 루비의 의미도 명확하지 않다. 마지막에 미치가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 절실함이 와닿지 않는다. 혁명군이 별다른 행동 없이 미치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배우8: 치매에 걸린 미치를 통해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치는 젊은 시절 혁명에 동참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진 인물이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 대략적인 설명은 있지만 미치가 어떤 인물인지, 인장(붉은 루비)이 어떤 의미이고, 그걸 찾으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가 무엇을 전달해줄 수 있는지 와닿지 않았다. 치매 걸린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유와 메시지가 좀 더 분명했으면 좋겠다. 반도네온 음악을 들으면서 집중이 됐다. 음악의 분위기와 치매의 그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참관1: 소재에 대한 재미나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있어야 흥미가 생긴다. 그런데 지금은 미치가 왜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미치에게 공감하는 게 어려웠다. 미치와 트레저의 케미를 발전시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사건의 전개로 가는 넘버보다 정서적으로 인물의 내면이나 비유로 이루어진 넘버가 많았다. 작품에서 노래에 요구하는 길이나 템포가 부족했다. 넘버의 정보가 길게 풀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사건에서 위기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자발적으로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관2: 처음 반도네온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반도네온이 미치의 감정을 반영하는 악기라 잘 어울렸다. 반도네온으로 슬퍼졌는데 다음에 나오는 노래가 라이선스 뮤지컬 풍의 노래여서 이것을 붙여 놓았을 때 충돌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참관3: 오독일 수 있는데 평화로운 바다 마을을 지키고 싶은 이야기가 강정 마을 사람들이나 제주 4.3 사건의 우화로 느껴졌다. 4.3 사건 때 함께하지 못했던 죄책감으로, 강정마을에 해군이 들어왔을 때 세상 밖으로 알리려고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붉은 루비도 제주도의 평화로운 천혜 자연환경의 상징처럼 느껴지고. 그런 게 아닌가 하고 개인적인 오독을 했다.

 

참관4: 전체적인 사건이나 캐릭터의 동기가 부족하다. 마을 사람들이 처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붉은 루비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초반에 설정해 놓으면 극이 달려가는 힘이 생기는데, 지금은 그것이 부족하다. 지금은 혁명군도 탁상공론만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미치의 치매가 알츠하이머를 표현한 것인지, 인간의 축복인 망각을 확대시켜 놓은 것인지 궁금했다. 캐릭터의 일관적인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불분명하다. 트레저는 호기심이 큰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미치를 통해 무언가를 써야 되겠다는 작가적 욕망이 없다. 3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현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그저 지문으로만 보여준다. 마지막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은 너무나도 상징적이다. 70대 노파에서 30대로 변하는 건 연출적으로 재밌겠지만, 이 재미는 한 번이면 끝난다. 그다음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으로 깊어져야 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