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스 대디>

<미스 대디>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0년 7월 21일(화) 13시 40분~15시 40분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3층 I-Space
연출: 박소영
출연: 최현선(버드), 최석진(준), 강연정(폴리 외), 김현진(어린 버드 외), 윤성원(머큐리 외)
참관: 김성수 음악감독, 박병성 더뮤지컬 국장, 민찬홍 작곡가

 

 

뮤지컬 <미스 대디>는 세계적인 트랜스젠더 록스타 버드와 그의 친구 폴리의 아들 준이 조금 특별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정다이 작가는 <미스 대디>의 조금 색다른 가족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인공 버드가 록스타인 것을 고려해 넘버는 록 스타일로 구성했다. 김희은 작곡가는 주인공 버드와 준이 뮤지션이어서 두 사람의 캐릭터를 서로 다른 음악 장르로 표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테이블 리딩은 뮤지컬의 첫 번째, 두 번째 넘버인 ‘오렌지 팜’과 ‘송인’을 듣고 시작했다. 오렌지 팜은 버드의 솔로 넘버고, 송인은 준의 솔로 넘버로 두 인물의 대비되는 음악 스타일을 들을 수 있었다. <미스 대디> 테이블 리딩 대본은 기존 대본과 비교해 버드와 준의 관계를 수정했고 폴리와 버드의 과거 이야기도 보완했다. 테이블 리딩에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이전부터 <미스 대디> 작품 개발을 도왔던 배우들이 참여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지나친 설명, 분산된 이야기
배우1: 이전에 녹음과 리딩 공연에 참여했다. 이번 대본은 지금까지 대본 중 가장 무난한 버전 같다. 버드와 준이 화해에 이르기까지 사건들을 단순히 설명하는데 그친 것 같아 아쉽다. 두 사람이 화해하기까지 계속 사건이 이어지면 좋겠다. 지금은 인물 간의 갈등이 말로 풀거나 사건을 말로 설명하는 게 너무 많다. 

 

배우2: 이전 대본과 비교해 확실히 대사가 많아져서 굉장히 설명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초중반까지 집중이 안 됐다. 인물 관계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쉽게 읽혔던 관계들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버드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폴리가 더 자주 등장하지만 폴리라는 인물이 더 헷갈린다. 

 

배우3: 대사와 이야기가 많아졌다. 이전에 리딩 공연을 했을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지만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가족, 정체성, 꿈, 위로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져서 작품이 정리가 안 되는 것 같다. 창작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배우4: 대본을 읽고 도착지를 정하지 않고 출발한 택시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장면별로 유기성도 떨어져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배우3: <미스 대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소재였다. 소재와 아이디어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가 완성되면 좋겠는데, 아직은 소재와 아이디어가 중심인 것 같다.

 

참관3: 흥미로운 소재지만, 소재에 안심하거나 잠식되면 안 된다. 게다가 이 소재는 이미 소진되어 가는 중이다. 더 이상 관객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어떤 작품이든 10년, 20년이 지나도 설득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소재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긴장감을 유지할 극 구성 필요
배우5: 주인공 버드 외에 인물들이 너무 기능적으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폴리는 설명을 위해 계속 등장하는 것 같다. 예전 대본은 불친절하지만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줬다면, 지금은 다 설명해줘서 흥미롭지 않다. 너무 친절해서 반전 요소를 극 초반부터 눈치챌 수 있었다. 이야기도 너무 착하다. 위기나 갈등이 없이 너무 잔잔하고 따뜻하기만 하니까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소재나 인물 설정은 독특해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데, 실제 이야기는 그만큼의 매력이 없다. 

 

참관1: 너무 친절해서 흥미도,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런데 어떤 부분은 매우 불친절하다. 예를 들어 주인공 버드나 준이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게다가 극 중반까지 이렇다 할 행동도 안 한다. 두 사람에게 목적이 생기는 중후반 이후에 이르러 좀 재미있어지는데, 그전까지는 모두 설정을 위한 극작 같았다. 이야기를 적절히 안배해서 관객이 계속 궁금하게끔 했으면 좋겠다.

 

참관2: 버드와 준이 화해하는 과정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지만, 두 사람이 겪는 고난도 별로 없고 화해도 너무 급하다. 처음 관계 설정부터 화해 사이에 뭔가 빠진 느낌이다. 버드와 준의 전사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여러 가지 설정을 다 살리는 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점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회수되지 않은 복선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음악의 기능적 활용 고민해야
참관4: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 같다.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대본에서는 그게 잘 안 보인다. 준과 버드의 속마음이 좀 더 드러난다면 더 인물이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스토리텔링적인 음악이 너무 없어서 뮤지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대본은 인물 설정에 너무 많은 것이 치중되어 있어서 중요한 걸 많이 놓치고 있다. 

 

참관3: 넘버를 두 곡밖에 듣지 못했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록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한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버드와 준의 음악이 장르적으로, 구조적으로 정확히 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버드가 글램록을 한다면, 준은 포스트 펑크를 할 수 있다. 음악 장르의 차이가 인물이나 이야기의 연관성을 만들어주면서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넘버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때문에 버드와 준의 정확한 장르적 대척점, 극 안에서 스토리텔링으로써의 넘버와 쇼적인 넘버들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 더 고민하면 좋겠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