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금오신화>

<금오신화> 테이블 리딩 현장
일시: 2020년 7월 21일(화) 16시~ 18시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3층 I-Space
연출: 박소영
출연: 손유동(시습), 김리현(현), 임찬민(최랑)
참관: 오은희 작가, 강병원 라이브㈜ 대표, 박병성 더뮤지컬 국장

 

 

뮤지컬 <금오신화>는 학자이자 문인인 김시습의 소설 ‘금오신화’ 집필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서휘원 작가는 “처음에는 금오신화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조사를 할수록 김시습이 굉장히 특이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김시습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금오신화>는 김시습이 금오산에 칩거했던 6, 7년의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하며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금오신화>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선정작 중 유일하게 작가만 지원한 작품으로, <김종욱 찾기>, <마이 버킷 리스트> 등의 작품에 참여한 김혜성 작곡가와 매칭되어 작품을 개발하게 됐다. 김혜성 작곡가는 테이블 리딩을 위해 먼저 작곡한 ‘너를 놓아줄 시간’과 ‘소설’ 넘버를 들려줬다.

 

<금오신화> 테이블 리딩 대본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에 제출한 첫 대본과 차이가 없었다. <금오신화> 대본을 처음 접하는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설정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가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역할이 불분명한 장면과 인물들
배우1: 대본을 읽으면서 분위기나 설정에서 기존 뮤지컬이 많이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금오신화>는 다른 작품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갈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 장면이 좀 이해되지 않았다. 김시습이나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정확히 어떤 장면인지 모를 것 같다.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넣은 장면이라면 누구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배우2: 김시습이 주인공인데 김시습보다 김시습과 제자 현의 관계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읽을 땐 재미있었는데,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현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놀라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컸다. 현이라는 인물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배우3: 캐릭터 운용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시습과 현의 관계는 공을 들였지만, 시습과 랑, 랑과 현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은 게 많다. 그렇다 보니 대본을 읽으면서도 인물과 그 인물들이 만드는 장면의 맥락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랑은 좀 더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할 것 같고, 현이 더 어려야 하지 않을까. 시습과 반대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같은데, 당시 21살이라고 하면 너무 어른 같다.

 

 

금오신화와 현실의 유기성을 살려야
참관1: 세조반정 당시 시습이 21살이었던 것을 감안해서 현의 나이를 설정한 것 같다. 시습과 현의 연관성을 두고 보면 현이 21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질 거다. 이 작품이 묘한 게 작가의 사소한 설정 하나에도 이야기가 달라질 여지가 매우 크다. 지금 대본은 불친절하고 모호한 점이 많은데, 이걸 좀 명쾌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지만 너무 뻔해질 가능성도 있다. 작가가 정말 많이 고민될 것 같다. 하지만 작품 주제는 명확히 해야 한다. 당시 소설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이야기였으니까 소설 자체를 주제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경우 쇼적인 요소들이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다.

 

참관2: 작품에서 ‘금오신화’가 무슨 역할일까 생각하며 테이블 리딩을 참관했다. 그런데 단순한 도피처인지 사회 비판의 도구인지 잘 모르겠다. 또 금오신화의 다섯 가지 이야기가 작품에 필요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금오신화의 극적 기능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금오신화의 이야기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연관성도 찾기 어려웠다.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적절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참관3: 김시습과 금오신화에 대한 작품인데 굳이 현과 랑이 등장하는 이유가 뭘까. 현과 랑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는 게 너무 많다. 사육신에 대한 이야기를 극 초반에 배치하고, 김시습이 절개를 지키기 위해 금오산에 칩거했다는 설정을 가져왔다면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금오신화가 자신들의 꿈 꿨던 세상의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고, 극중극 인물로 사육신을 등장시킬 수도 있다.

 

참관4: 조선 전기에 금오신화는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관객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금오신화를 뺄 수는 없으니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과 더 어우러져야 하고, 현실과 상상의 틈에서 역사나 금오신화에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 줘야 한다. 관객이 이 작품을 볼 때 금오신화가 궁금해서 보지는 않을 거니까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를 더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은 음악이 있는 고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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