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창작특강1 – 뮤지컬 창작에서의 중요 요소
일시: 2020년 8월 4일(월) 10시 30분~11시 50분
장소: 동국대학교 원흥관 I-Space
강사: 오루피나 연출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호프>, <마마 돈 크라이>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을 연출한 오루피나 연출가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창의특강 두 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좋은 뮤지컬 만들려면 무엇보다 여러 사람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제작 현장에서 원활한 협업을 위한 뮤지컬 창작의 6가지 중요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쉽게 접근하라
신인 창작자들은 작품에 담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남다르게 만들고 싶은 욕심도 많다. 그렇다 보니 대본도, 음악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물리적인 제약이 훨씬 많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나 음악은 지양하고 때론 뻔해도 쉽게 풀어야 한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쉽게 접근하라는 말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대사와 지문에 자세히 표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초고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쓰는 게 현장 작업에서는 더 유리하다. 대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으면 연출이나 다른 창작자들은 고역이다. 원 소스가 많을수록 서로 이야기하면서 정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작가나 작곡가가 무엇을 생각하며 장면을 썼는지 풀어 주는 게 제일 좋다. 분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본이나 음악을 효율적으로 다듬는 게 연출과 음악감독의 일이다. 100분짜리 뮤지컬을 기준으로 하면, 65~70페이지 초고를 연출 등과 최종 50페이지 대본으로 줄인다고 생각하고 작업하면 된다. 

 

동기를 찾아라
인물이든, 사건이든 반드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동기는 극 초반 5분에서 10분 사이에 만들어 놓으면 된다. 반전이 있는 작품은 초반에 동기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 효과적인 반전을 위해서는 복선이 탄탄해야 하고, 반전이 드러난 후 논리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반전이 잘 먹히지 않는 데다가, 멀티 캐스팅과 다 관람 관객이 많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는 동기가 분명한 인물의 이야기가 반전보다 경쟁력 있다. 초반에 동기를 만들지 못하면 ‘왜’라는 질문이 그치지 않는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동기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동기는 ‘왜’라는 질문에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걸 왜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지 작가가 한마디(동기)로 정리할 수 있어야 연출, 배우, 다른 창작자, 관객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 동기는 작품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열쇠다.

 

 

감정 변화를 두려워 마라
앞서 이야기한 동기는 논리적, 이성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품을 쓸 때 논리적으로만 장면을 연결하면 오히려 어색한 지점이 생긴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그 이유를 “인간은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정 변화에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감정 변화가 꼭 순서대로 표출되는 건 아니다. 이것을 극작, 작곡에 잘 활용하면 논리적인 전개 없이도 사건의 진행 속도를 전환하거나 극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창작자가 인물의 비논리적인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것을 무서워한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감정은 요동치기 마련이니 그걸 표현하는 걸 너무 겁먹지 말아도 된다”며 “오히려 이점을 잘 안 풀리는 장면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문을 잘 활용하라
대본을 쓸 때 대사보다 더 고민하고 치밀하게 써야 할 것이 지문이다. 지문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분위기,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대사도 중요하다. 대사만으로 인물의 특징을 설정할 수 있고, 극의 기본 흐름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대사는 배우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대사를 쓸 땐 말투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단어(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지문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배우들이 작품을 분석할 때는 대사가 아닌 지문을 분석한다. 지문에서 영감을 받는 작곡가도 많다. 오루피나 연출은 “리딩 대본을 받아보면 대사에 무척 신경 쓰면서도 지문은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지문은 장면과 작품을 이해를 돕는 기본이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될 때 지문을 구체적으로 쓰면 배우나 연출이 그 장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장면 전환을 고민하라
오루피나 연출가는 “연출 입장에서 가장 난감할 때가 영화적인 기법이 아니고서는 장면 전환 방법이 없을 때”라며 이 경우 “결국 작가, 작곡가와 상의해서 연결 장면이나 음악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장면 전환을 연출 등 다른 창작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뮤지컬 제작은 대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장면 전환 역시 대본을 쓸 때부터 고민해야 한다. 장면 전환 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관객의 집중력’이다.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암전을 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암전은 제일 쉬운 장면 전환 방법이지만, 관객의 집중력을 분산시킬 위험도 크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암전은 삼가야 한다. 장면 전환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되도록 자세히 풀어 쓰고 다른 창작자들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라
뮤지컬은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선택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관객에게 모든 걸 맞춰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물건을 만들 때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과 브랜드의 고유한 디자인 및 정체성은 별개인 것과 같다. 관객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할 목적으로 만든 작품은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이다. 관객 역시 그런 작품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관객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때문에 창작자가 작품을 만드는 이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루피나 연출가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참여자들에게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이점을 잊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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