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창의특강1 -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 및 전망
일시: 2020년 7월 6일(월) 오후 3시 30분
장소: 한국뮤지컬협회 중강의실
강사: 박병성 국장(월간 더뮤지컬)

 

 

더뮤지컬 박병성 국장이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 창의특강 첫 번째 강사로 나섰다. 강의 주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과 전망’이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박병성 국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국내 뮤지컬 시장은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 이전과 같은 발전 과정을 겪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발전 과정의 연장선에서 변화할 것이므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기에 접어든 한국 뮤지컬 시장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19년 대략 3,600억 원 정도로 추정한다. 지난해 6월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이 의무화되면서 예매처, 공연장의 티켓 판매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2019년까지는 국내 최대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대략 3,600억 원대로 추정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인터파크 판매분을 근거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 그래프를 그리면 에스(S)자 형 발전 단계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한국 뮤지컬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다 2014년 정체 내지는 미약한 성장을 이루었다. 2018년 갑작스럽게 도약하여 2019년 역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2004년 한국 콘텐츠 산업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그래프가 있다. 영화나 음악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은 초기 외국 콘텐츠 주도기에서 국산 콘텐츠가 부상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 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04년 당시 영화와 음악 시장은 국산 콘텐츠가 부각되면서 서서히 안정기로 접어드는 추세였다. 반면 뮤지컬 시장은 산업화 초기 단계로 아직 외국 콘텐츠가 주도하고 있었다. 이 그래프는 결국 공연도 영화나 음악처럼 한국 콘텐츠가 부상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하리라 전망했다.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 그래프는 아직 창작뮤지컬이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미 에스자형 발전 과정을 거쳐 안정기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2004년 국산 콘텐츠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그래프에서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자국 콘텐츠가 부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약적인 발전 시기를 맞을 것이다. 그래프 형태가 보여주듯 한국 뮤지컬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라면 음악과 영화 콘텐츠 시장과는 다른 발전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강사는 후자라고 판단했다. 영화와 음반은 완제품이 들어오지만 뮤지컬은 라이선스라는 중간적인 형태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 스태프가 참여해 만든다. 라이선스 뮤지컬 중 논-레플리카(Non-Replica)는 대본과 노래만 가져올 뿐 나머지는 모두 한국에서 만든다. 영화와 음반에는 없는 라이선스 뮤지컬 형태가 있기 때문에 한국 뮤지컬 시장은 다른 콘텐츠의 발전 과정과 다르게 국산 콘텐츠가 부상하지 않았는데도 안정기에 이를 수 있었다.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
한국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작품 수는 창작 뮤지컬이 70%대이고, 라이선스 뮤지컬이 20%대이다. 20%에 불과한 라이선스 뮤지컬이 전체 뮤지컬 시장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창작 뮤지컬은 대극장 비율이 20%에 불과하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은 대극장 비율이 50%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성장해 왔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까. 강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 이유는 이제 들어올 만한 해외 뮤지컬이 거의 들어온 것도 있지만 우리 시장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에 지금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수나 경제력 그리고 뮤지컬 장르에 애정도로 판단했을 때 한국 뮤지컬 시장은 5,000억 원 정도가 최대치가 될 것이다. 2019년 한국 뮤지컬 시장을 3,6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미 상당 부분 최대치에 접근하고 있다. 이 수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내수 시장만이 아닌 해외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콘텐츠를 소유할 필요가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언제부턴가 신작은 창작 뮤지컬만 올리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위주로 올리던 제작사가 속속 창작뮤지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한국 뮤지컬 시장
하지만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3,600억 원 시장까지 성장했지만 2020년 상반기로 봐서는 올해는 2,000억 원 시장을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는 뮤지컬 제작 편수가 꾸준히 유지됐지만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리되는 제작사가 늘어날 것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과열된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BTS 콘서트는 한 번의 공연에 전 세계 수십만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벌여 수 1,230만 명이 몰렸다. 코로나 이후 OTT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입원으로 온라인 공연이 유행할 것이다. 올해 계획되었던 <시스터 액트> 내한 공연이 취소되었다. 코로나 이후 국가 간 이동이 불확실해지고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지금까지는 심심치 않게 시도되었던 해외 시장과의 교류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내한 공연보다는 라이선스가 이루어질 것이고 로컬 시장이 부각될 것이다. 더불어 최근 가장 주목받았던 이머시브 형식이 코로나로 인해 접촉을 꺼리면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는 반대로 점점 사회 전체가 비대면화 되면서, 무대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연이 어느 때보다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 누구도 코로나 이후 공연계를 예측할 수 없다.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것을 고려한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을 더욱 절실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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